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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중국은 왜 WTO를 탈퇴하지 않나
작성자 CKP충정
작성일 2019-12-04
미중 무역전쟁은 WTO 규범의 준수 여부에 대한 논쟁이기도 하다. 그런데 WTO는 사실상 자유, 민주, 자본주의의 미국식 세계에 동참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중국은 사실상 이런 WTO와는 매우 다른 정치 경제체제인 중화, 공산 사회주의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WTO의 규범을 준수한다는 것은 자신들의 정치체제를 포기한다는 모순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WTO를 탈퇴하지 않고 있으며, 자신들의 자유무역을 준수하고 있으며 보호무역을 배격한다고 하고 있다. 그들은 중국식 WTO체제를 지지한다고 전 세계에 선언하고 있다. 물론 중국식 WTO의 본질은 중국의 핵심이익을 대변하는 것이고, 주변국이나 다른 WTO회원국의 공통 이익에는 관심이 없음을 의미한다.

결국 그들의 수많은 발언에도 불구하고 WTO를 존중하지 않을 것이고, 존중할 수도 없는 중국의 현 체제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그 수많은 모순과 현실적인 갈등에도 불구하고 왜 WTO를 탈퇴하지 않을까? 중국이 WTO에서 누리고자 하는 이익은 무엇일까?

가. WTO가입으로 국제 무역 협상의 편의 도모
WTO는 세계의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164개의 나라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최선의 무역 조건을 한꺼번에 협의하는 다자간 무역교섭기구이다. 그리고 WTO는 그에 걸맞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지적재산권 관련 협정 그리고 서비스 무역에 관한 협정 등이 체결되어 있다. 

그런데 만일 중국이 WTO 미가입국이라면 가입국 164개 나라와 일일이 개별 협상을 해야 한다. 이를 'WTO의 다자주의'라고 한다. 다자주의는 3개국 이상의 국가들이 일반화된 행위원칙에 따라 정책을 조정해 가는 방식으로, 회원 국가 간의 무역에서 일방에 의한 불편부당성, 일관성, 국제법에 대한 존중을 원칙으로 한다. 

또한 자국의 이익뿐 아니라 타국의 이익도 고려하는 공동체 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따라서 다자주의인 WTO에 가입한 나라는 자신보다 강하고 큰 나라에 의한 일방적인 협정이나 불이익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이처럼 다자주의가 부상하는 이유로는 과학기술과 교통 및 통신의 발달은 국제 사회를 시공간적으로 가까워지게 하며 세계화가 가속화 되어, 국경을 초월하는 환경, 기후 변화 등의 문제들은 어떤 국가도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WTO는 회원국의 국내법을 다자규범에 일치시키도록 규정하는 등 일방주의 억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무역 상대국에 대한 일방적인 무역보복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WTO는 분쟁해결 기능을 갖고 있어 EC, NAFTA, AFTA 등 폐쇄적인 지역경제블록의 증가로 인한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이익들을 중국은 포기할 수가 없다.

나. 최혜국 대우 확보
WTO에 가입한 회원국끼리는 최혜국 대우를 해주게 되어 있다. 예를 들면 한국이 WTO 가입국으로 미국에 신발을 5%의 관세를 내고 수출하는데, 비 회원국인 중국은 25%의 관세를 내야한다면 중국에서의 생산단가가 아무리 낮아도 이를 만회하기는 어렵다. 중국이 비회원국인 상태에서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기는 어렵다. 

그런데 WTO 가입 국가들은 한국이 5%의 관세혜택을 받으면 다른 나라들도 대미 수출품에 대해 세율이 높은 일반관세를 적용받지 않고 세율이 훨씬 낮은 특혜관세를 적용받게 되어 있다. 이러한 조항은 미국뿐만 아니라 WTO가입한 164개국에 모두 적용된다. 

그렇지 않다면 중국은 164개국과 일일이 무역협정을 맺고, 그에 상응하는 관세부과를 받아야 했을 것이다. 중국의 WTO 가입으로 얻을 수 있는 가장 가시적인 이익은 최혜국대우이다. 실제로 중국이 WTO가입하기 전 미국과 중국은 1980년 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상호간의 최혜국 대우를 해주기로 했다. 

그런데 미국에는 4년에 제정된 잭슨·바닉법에 의거, 이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비시장경제국에는 최혜국대우를 주지 않도록 돼있다. 유태인들의 이스라엘 귀국 및 해외이주를 막았던 구소련을 주로 겨냥한 법이었다. 

1993년 클린턴대통령은 인권과 무역의 최혜국 대우와 연계성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하고, 1993년에 이어 1994년에도 최혜국대우를 담보로 중국에 인권개선압력을 가하였고 중국은 인권개선압력이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한 적이 있다. 중국의 WTO 가입 이전까지 미-중 간에는 이를 두고 첨예한 갈등을 하고 했었다. 

그런데 WTO가입 이후에는 이런 갈등이 사라졌다. WTO가 회원국 간의 최혜국 대우를 명시하고 있고, 미국도 이를 무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중국으로서는 WTO에 잔존하는 것이 중국의 경제발전에 크게 유리하다. 중국의 WTO 가입으로 얻을 수 있는 가장 가시적인 이익은 최혜국대우이다. 무역규모가 연간 4조 5천억달러로 세계 1위권으로 등극한 중국으로서는 국제시장에서 최혜국대우(MFN) 확보라는 엄청난 혜택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 미국 시장 진출
미중 무역 갈등은 중국의 미국 시장 진출을 허용할지 여부에 대한 갈등이다. 사실 중국이 미국 시장을 탐내지만 않는다면 굳이 양국이 갈등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인 미국에 수출하지 않는다면 중국의 수출 경제는 무너질 것이 분명하다. 미국도 중국 제품의 수입을 한 칼로 자르지 못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자유무역이라는 명분과 WTO 협정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중국이 WTO 회원국이 아니라면 미국은 중국에 무관세 혜택을 주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미국 시장에 대한 주 수출국은 중국이 아니라 한국이나 베트남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중국의 전체 무역흑자에서 대미(對美) 무역흑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상반기 95.8%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상반기 63.5%에 달했던 중국 무역흑자의 미국 의존도가 더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중국의 무역통계에 의하면 2018년 상반기 대미 무역흑자는 133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8% 증가했다. 중국 전체 무역흑자가 같은 기간 1850억달러에서 1397억달러로 24.5%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이 정도로 중국의 대미 시장의존도가 높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이 WTO를 탈퇴하고 미국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 미국 시장에 남아있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WTO를 탈퇴할 수 없는 이유이다.

라. 외자 도입
중국의 대외개방 수준은 WTO 가입 이후 크게 제고된 것으로 평가되며 그 결과 현재 중국경제의 여러 부문에 걸쳐 많은 외국인투자기업들이 진출하였다. 중국의 WTO가입은 외자도입이나 대외무역제도의 개선도 커다란 이점으로 꼽고 있다. 

WTO가입은 바로 외국 투자자들의 중국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게 되고 계획경제의 잔재가 남아있는 대외경제 메카니즘에도 변화가 불가피했다. 행정간섭과 각종법규의 미정비상태를 벗어나 보다 개방적인 대외정책이 수립됨으로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었다. 

WTO 가입 후 대중국 투자기업은 제조업 가치사슬 각 부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였다. 생산 조립 부분뿐만 아니라 연구개발설계는 물론이고, 마케팅 서비스 등에도 투자를 확대하여 가치사슬 양방향 모두의 발전을 꾀하였다. 

중국의 외자유치 규모는 1990년대 후반 매년 400억 달러 규모였으며 1998년을 전후로 아시아 금융위기의 여파로 잠시 감소하였다가 WTO가입 이후 다시 증가세를 보인 끝에 2005년 724억 달러를 기록했고, 2018년 대중국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350억달러로 전년 대비 3% 증가했다. 

만일 중국이 WTO의 기준에 따라 경제 및 투자유치 시스템을 바꾸지 않았다면 외국인의 대중국 투자유치는 지금보다 훨씬 적었을 것이고, 또한 현대적인 시설과 첨단 기술을 가진 기업의 대중국 진출은 어려웠을 것이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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